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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5주일
김충수 신부  (Homepage) 2013-06-07 17:37:00, 조회 : 539, 추천 : 143

부활 제5주일

(Jn.13,31-35)-(2013.04.28)

김충수 신부


‘사랑’하면 너무나 흔하고, 또 너무나 고귀한 단어이다. 참으로 많이 들어왔고, 강론 때 너무나도 많이 주장했던 테마이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또 예수님께서는“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고 하신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그러니까 2001년, 일본에서 殺身成仁했다는 유학생 이수현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는 도쿄(東京) 전철역 구내에서 술에 취한 일본인을 구하려고 철로로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은 문자 그대로 殺身成仁한 청년이었다. 왜 그랬을까? 어떻게 생면부지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철로로 뛰어들 수 있었을까 좀처럼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이다.

그리고 또 1990년 어느 해 여름에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 죽은 당시 수원 가톨릭 대학교 학장 배문한 신부도 생각이 난다. 신부님은 물에 빠진 두 사람을 구해내고 자기는 실신해서 물에 빠져 죽었다.

위의 두 사람 다 참으로 가상한 용기를 지닌 지고한 사랑의 실천자였다.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가 하면‘죽도록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있는 무수한 연인들은 과연 얼마나 위대한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일본의 유명한 소설‘빙점’의 저자 미우라 아야꼬 여사가 피력한 말이 생각난다.‘빛 속에서’라는 책에 이렇게 썼다. 어느 날 밤, 두 연인이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인적이 드믄 어느 산길에서 갑자기 불량배 세 명을 만났다. 불량배들의 위협에 겁이 난 청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하는 여자와 차를 놔두고‘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줄행랑을 쳤다. 그 청년은 분명히 차안에서 그녀에게‘죽도록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괴한들의 협박에 죽도록 사랑한다는 여자를 놔두고 도망을 쳤다. 이것이 과연‘죽도록 사랑한다’는 말의 실상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알파인 둘이서 눈보라치는 산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길에 쓰러진 사람 하나를 발견했다. 그는 실신해 있었으나 목숨은 붙어 있었다. 알파인 두 사람 중 하나는 업고 가자고 제의했고, 하나는 그러다가 우리 셋 다 죽을지도 모르니 그냥 놔두고 가자고 했다. 둘이서 의견 일치가 안 되어 그냥 놔두고 가자고 한 사람은 먼저 가버렸고, 업고 가자고 제의한 사람은 실신한 사람을 들쳐 업고 힘들게 산길을 가고 있었다. 자기 몸 하나도 추스르기가 힘든데 실신한 사람까지 업고 가자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어느새 온 몸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이나 끙끙거리며 가다보니 또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가서 살펴보니 아까 혼자 살겠다고 먼저 간 친구가 꽁꽁 얼어서 죽어 있었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일이다. 혼자 살겠다고 먼저 간 사람은 죽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겠다고 업고 가던 사람은 그 추위에도 땀이 나서 살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다. “제 목숨을 얻으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나 때문에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다.”(Mt.10,39)

복음서 중에 가장 감동적인 내용 중의 하나가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다. 그 착한 사마리아 사람은 예리코로 내려가던 길에 강도 맞아 쓰러져 있는 사람을 만났다. 원수지간이나 다름없었던 유다인이었다. 그는 즉시 나귀에서 내려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기름과 포도주를 발라 피가 흐르는 상처를 응급처치해주고, 자기 나귀에 태워 여관으로 데려가서, 밤새 돌봐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여관집 주인에게 그 환자를 잘 좀 돌봐달라고 돈까지 주고 갔다. 같은 사마리아 사람이 이 사실을 보았으면 아마도 미쳤다고 했을 것이다. 그렇다! 남이 보면 미쳤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누가 봐도 지나친 것이고, 시간과 정성과 물질을 쓸데없이 낭비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은 바로 이 낭비에 있다. 진실한 사랑은 이렇게 낭비라고 할 정도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자기의 시간과 정성과 물질을 낭비하는 것이다. 자기의 것을 조금도 손해 보지 않고, 양보하지 않고, 낭비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사랑을 실천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은 조건이 없이, 핑계 없이, 내가 먼저, 내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아름답고 위대하고 진실한 것이다.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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